Ex Libris/Moderna

리딩으로 리드하라

storyway 2011. 6. 1. 10:48


이지성 (2010),『리딩으로 리드하라』서울: 문학동네.

이지성 작가의 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내용을 풀어가는 그의 솜씨는 아마도 이 책에서 밝히는 것과 같이 그의 인문고전 독서가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재미있는 글이라 옮겨본다.
…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이런 식의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우람한 근육을 가진 마당쇠가 방에 들어앉아 글만 읽는 병약한 선비를 보면서 고개를 흔든다. 이어 마당쇠다운 대사가 나온다. "저래 책만 읽어가지고 뭐가 나온다고." 다음 화면은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마당쇠가 도끼를 들어 장작을 패는 장면이다. 그런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책만 보는 선비보다는 노동을 하는 마당쇠가 더 낫다.' 하지만 매스컴은 이런 장면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몇 년 뒤 마당쇠는 장원급제한 전비가 지나갈 때마다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그리고 그 절은 평생 계속된다. 실제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책을 읽지 않는 마당쇠가 책을 읽는 선비를 지배한 적이 단 하루라도 있었던가. (pp. 222-223)

대단히 공감가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는, 이와 더불어 독서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인문고전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에 가 닿으려 마음으로 노력하며 읽어야 하는 것이 본질이다.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무시무시한 열정과 집중으로 책을 보아야 한다. 나태하게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책 세계의 주민이 되어 그곳에서 사는 행위이다. 그리스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로마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로마인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하고서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이 천재들의 남다른 독서 태도는 '반복독서 - 필사 - 사색' 이다.

4.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기대승은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을 정도로 몇백 번이고 읽는 습관, 라이프니츠는 각 분야의 대표적 책을 그 이치를 터득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습관, 헤겔 역시 위대한 저작들을 반복해서 읽는 습관을 가졌다.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원전에 사용된 언어를 새로 배워서 읽었다. 그 과정에서 원전을 필사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전체 필사와 중요 부분 필사의 방식들로 구분되는데, 특히 중요 부분 필사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밑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은 후 옮겨 적는 것
② 즉시: 중요한 부분을 발견하는 즉시 옮겨 적는 것
③ 초서(抄書) 또는 초록(抄錄): 인문 고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
그러나, 최고의 필사는 영혼을 뒤흔드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것, 즉 암송이다.

6. 통할 때까지 사색하라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에는 사색이 없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천재들의 혁명적인 사상과 삶을 전혀 알지 못해 삶에 아무런 발전이 없고 세상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하는 것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과 영혼으로 읽어서 깨달음을 얻는 사색이야말로 진정 인문고전 독서에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서 치르는 격렬한 전쟁이다.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환희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 황홀한 기쁨을 동반한 깨달음을 붙잡아야 한다. 글쓴이의 마음을 깨닫게 해서 두뇌 속에 숨어있는 지혜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결국 이것은 '위대함을 향한 열정' 과 '사랑' 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 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당신의 두뇌 깊은 곳에서 황홀한 깨달음의 빛이 터져나와서 당신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영혼 깊이 사랑하라. (p. 288)

내게 이 책은 단순한 독서의 방법론이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공부하는 것들의 본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타인,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라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사람이 얼마나 영물인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여기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동물들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알아채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그러니 마음 깊은 곳에 사람에 대한 사랑을 두고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위대한 천재가 되는 길이 아닐까. 감히 덧붙이자면 이런 사람에 대한 사랑은 곧 예수님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